소스코드위를 걷다... 왕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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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그 부끄러웠던 기억

친구는 오늘이 몇번째로 나온건지 세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매일 나와 함께 하느라 이젠 너무 힘들다고 했지만 그래도 오늘 밤새워 함께 할 거라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곳에 함께 나와준 내게 고마워했다.

아직 밝은 저녁, 사람들이 서울시내의 어디론가 구호를 외치며 걸어갈 때 그들과 함께 걷고있는 내 모습이 저 길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걱정하며 그들과 함께 걸었다. 그저 걷기만 했는데도 시간은 벌써 밤10시가 넘었고 우리는 어느새 경복궁까지 왔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이 막혀있었고 그 이상 갈 수 없었던 우리는 그곳에서 구호를 외치며 이 외침이 내일 아침까지 계속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과격했다면 과격했을 수도 있다.
막고 있는 차를 마구 흔들기도 했고 누군가는 그 차 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 이상 나아가는게 힘들다는 것을. 그저 내가 지르는 목소리가 저 멀리 있는 청와대까지 들려가길 바라며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저지라인에서 하얗게 연기가 몇번이나 올라왔지만 그런 것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위로 살수차의 그 강한 물살이 쏟아져 내려올 때, 그 물살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를 때, 그 강한 물살에 내 몸이 휘청거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참아왔던 분노가 한번에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래. 하지만 참았다.
무서웠겠지. 무서웠으니까 너 큰 일이 생길까 두려웠으니까 물을 쏜 것이겠지.
경복궁의 그 큰 문을 강제로 열고 나와 전경들이 포위당해 그들이 지키던 라인이 무너졌을 때, 그래서 그들이 후퇴를 할 때 그들은 정말 두려웠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추워 몸을 말리기 위해 여기저기 불을 피우기 시작했고 그 작은 모닥불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오늘 진짜 샤워 제대로 했다.'
'이리 오세요. 저희는 거의 다 말랐어요.'
물대포에 맞아 정신을 차릴 수 없던 그 순간을 사람들은 이미 이겨내고 있었다.

그 시간이 흐르고  소강상태가 되었다.
이젠 너무 힘들어 허리가 끊어질 듯 했고 다리는 점차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계속 가져오는 물, 그리고 김밥, 삼각김밥, 초코바들 덕분에 탈진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살수차에 대비하라고 앞쪽 사람들에게 우비가 넘겨질 때에도 더 이상은 물을 뿌리지 않길 바라며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해가 떠오르고 난 결국 포기하고 친구를 남겨두고 집으로 향했다.
친구는 고생했다며 내 등을 두드려주었지만 난 집에 걸어가는 내내 눈물이 났다. 집에 오는 도중에 안국역에 수많은 살수차가 물을 뿜어대는 것을 보며 뛰어가는 친구에게 무사하라고 이야기하며 보내는 내가 너무 창피했지만 난 친구와 함께 달려가기보단 집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집에 돌아오니 바로 그곳에서 경찰 특공대가 진압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친구는 무사했을까.
문자를 보내보지만 답이 없었다.

일요일이 되었을 때 친구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내가 비겁하게 집에 와서 잠이 들어 저녁6시나 되어 일어났을 때에도 그곳에 었었다. 다시 나갈까 말까 하며 고민하던 그 시간에도 친구는 세종로에서 밀리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할만하다고 했다.

너무나 부끄럽다.
그 부끄러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난 글을 쓴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제는 나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글을 쓴다.
많은 사람들이 '아들아, 내가 이때 고생해서 너희들한테 이 대한민국을 줄 수 있었던거란다. 그때 힘들었지만 정말 행복했단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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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스카 2008/06/02 05:13 # 삭제 답글

    #### RSS로 올리시는 글만 읽다가 오늘 처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2MB OUT!] 이 문구를 제 메신저 대화명에 달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다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메신저에

    [2MB OUT!]

    이 대화명 부터 달았습니다.




    지금 올라 오고 있는 얘기들은

    누구를 지지하고 배척하는 정치 기호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한 정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생존과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이렇게 보잘 것 없지만 작은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살겠다고 나선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와

    유모차를 끌고 나간 아이들의 어머니의 목소리

    취업에 여념이 없을 대학생들이 다쳐서 흘린피와

    물대포를 맞을 준비를 하면서도 목소리를 내서 청와대로 향하는 분들께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일정에 쫓기는 엔지니어 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강구해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
  • 스카 2008/06/02 05:17 # 삭제 답글

    참, 이글은 마음대로 퍼가셔도 좋습니다...

  • kkamagui 2008/06/02 07:53 # 삭제 답글

    집회에 참가하셨군요. 그것만 해도 대단한 겁니다. ^^
    힘내세요 ^^)/~
  • 시민 2008/06/02 08:01 # 삭제 답글

    마음의 짐을 벗어 버리기 바랍니다. 아직도 집회조차 나가지 않은 사람에 비하면
    대오의 앞에 서 있지 못한 사람에 비하여 당신의 용기는 대단합니다.
    고생하셨고요.. 다시 체력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 이봉구 2008/06/02 08:01 # 삭제 답글

    부끄럽다. 바쁘다고 핑게로 집회에 마음만 가고,...나도 꼭 가야것다
  • 지원사량 2008/06/02 08:42 # 삭제 답글

    저도 토요일 집회에 처음으로 참가했습니다. 정말 그동안 무임승차한 기분이었습니다. 아침 7시30분까지 모든시위대가 강제연행하는 순간까지 있었습니다. 평화시위를 하라고 자꾸만 방송하던데 더이상 어떻게 저런과잉진압앞에서 저항하지 말라는건지.. 오죽하면 좀더가까이 청와대앞으로 한발이라도 나가려고 저렇게물대포로 맞아가며 노력하는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과연 얼만큼 모이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나..
    어제도 현장에 나갔는데요 얼마나 오버대응인지 대열에 합류할수도 없을정도 겹겹이 막던데요.
    너무 속상해 하지마세요. 이렇게 한번씩이라도 참여하면 힘이 되지않을까요.
  • free 2008/06/02 08:56 # 삭제 답글

    http://news.kbs.co.kr/article/economic/200805/20080528/1568763.html 한나라당 중앙홍보위원장의 눈물겨운 알바기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699888 한나라당 알바, 돈 1349만원 받고 9717개의 댓글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6&aid=0000028111 한나라당 댓글 여론조작팀장이 국회의원 http://scooper.tistory.com/455 태무진 정부 문건 '대중을 조작, 영합하는 방법'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47&aid=0001942238 정부, 기사삭제 압력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127&aid=0000006222|
  • ㅠㅠ 2008/06/02 09:30 # 삭제 답글

    눈물이 나네요 당신들은 진짜 애국자 입니다.
  • 아르메리아 2008/06/02 10:03 # 답글

    저는 체력이 발체력이라 하룻밤 샜더니 하루 죙일 맛이 갔습니다 - -; 오늘 저녁에 또 나가려고요 ㅎㅎ
  • chevs 2008/06/02 10:24 # 삭제 답글

    오히려 집회에 나가지 못하고 당신의 읽는 제가 더 부끄럽습니다...

    대학생들 중고등학생들...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이렇게 성숙하고 멋있는 사람들일 줄 몰랐습니다

    직장때문에 나가지 못한다고 자기 위안만 하며 점점 기성세대화 되어가는 제가 한심합니다.

    지금은 어떻게든 어떤 방법으로든 이 사태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힘내십시오 ^^
  • 하우디 2008/06/02 10:44 # 삭제 답글

    저 또한 저날 끝까지 자리를 함께 지키지 못했습니다.

    일요일오전, 강제 진압과정에서 다친 많은 시민들을 사진으로 접하니 끝까지 지키지 못한것에 대해 많은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오더군요.

    다시한번 끝까지 국민의 목소리를 내준 시민들을 존경하고 다치신 시민들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아행 2008/06/02 10:58 # 삭제 답글

    사정상 같이하지 못해 미안해 하는 저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물대포 쏴대는 모습에..참 저도 말을 잃었습니다. 건강챙기시고, 힘내십시오.
  • 검은별 2008/06/02 11:09 # 삭제 답글

    저도.. 그자리에 함께 있었는데... 저도 아침될무렵 먼저자리를... 할말이 없네요...
  • 서인재 2008/06/02 11:28 # 삭제 답글

    어지간 하면 댓글 같은거 안다는데
    글을 보다가 눈물이 나더군요.
    아마 제가 한 10살 이상 많을 것입니다.
    저는 늙었(?)다는 핑게로 더 비겁한데요 머.
    왕벌님 수고 했어요.
    너무 자괴감 가지지 말아요.
    왕벌님 같은 분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앞날은 밝은거니까요.
  • 이현덕 2008/06/02 13:22 # 삭제 답글

    진리경찰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강아지는 보거라~~
    나는 이현덕이라는 실명을 쓰는 대한민국 95군번 육군특공대 출신 국민이다.
    김정일의 목을 따오는 것이 나의 군생활 목표였다.
    하지만, 내부에 적이 있구나.
    진리경찰이라는 명패를 허울삼아 왜곡된 호도와 민심을 잠재시키려는 것이 너의 의도이냐? 아님 상부의 지시냐?
    너는 국민들의 피가 꺼꾸로 쏟는 현장이 우습게만 보이더냐?
    민심을 외면하고 민중의 피를 우습게 아는 국가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충성을 다해야 한다면....
    나는 그 국가를 버릴 것이다.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참에서 나오는 조건반사적인 행동들은...그것이 이성이 통제하기 힘든 극한에 갔을때에는...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 아~ 2008/06/02 14:14 # 삭제 답글

    부끄럽습니다.
    월요일 출근이란 핑계로 일찍 집에 온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ㅜㅜ
  • 쿨짹 2008/06/02 14:51 # 답글

    바뻐서 며칠 인터넷을 못했더니.. 이런 일이.. ㅠㅜ
    전 포스팅에 올리신 동영상 보니 눈물나요. ㅠㅜ
  • 굴돌 2008/06/02 21:19 # 삭제 답글

    고생이 많으십니다...;;;
  • 뉴비 2008/06/03 00:19 # 삭제 답글

    우리의 히어로 ㅡ.ㅡ)b
  • 희휘 2008/06/04 22:13 # 답글

    힘내세요-_ㅠ
  • 미치자 2008/06/10 00:36 # 답글

    티비를 볼때 보다 더 생생한 감동이 오는 것 같습니다. 비록 셜 만큼은 아니지만 지방(부산)에서도 많은 집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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