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김옥빈,신하균 / 박찬욱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느 쪽이냐고 물어본다면 난 “재미있게 봤어요.” 쪽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볼 때는 일정량의 ‘기분나빠짐’에 대해서 이미 마움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보러 간다. ‘올드보이’도, ‘친절한 금자씨’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도 항상 일정량의 기분나빠짐을 포함하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뒤에 뭔가를 질질 흘리고 나오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박쥐에서 나오는 그 기분 나쁨에 대한 것은 이미 대비를 해 놓았다. 오히려 놀란건 그 기분나쁨을 [깔끔]하게 영화가 끝날 때 거둬가준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사과하는 김구라를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이랄까.
박쥐는 분명 흡혈귀라는 소재를 이용한 사랑 이야기이다.
‘봄날은 간다’이후로 현실적인연애 영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그 과정을 더 짧고 함축적으로 잘 보여줬다.
사랑에 빠짐 --> 섹스 --> 괴로운 진실(현실)을 알게됨 --> 도피 / 설득 --> 현실부정 / 떠넘기기 --> 포기 --> 헤어짐
이 과정은 사랑에 빠짐에서 섹스까지의 과정이 빠른 연인들이 공식처럼 겪는 순서이다.
상대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 채로 사랑에 빠지고 섹스까지 한 뒤에 상대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을때 빠져나갈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저 순서대로의 행동을 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헤어짐’이라는결론이 아닌 다른 결론이 난 것은 송강호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여자에게 실망하지만 결코 사랑하는 감정을버리지 않았기에 이 영화에서는 저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지금 현재 연애를 하고 있는 2,30대의 남자에게 ‘남자는 연애를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박찬욱 감독의 해설서’라고나할까. 그래서 내게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즐거웠고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이것 이외의 기타 잡생각.
- 이 감독은 분명 피에 대한 패티쉬가 있는게 분명하다. 피가 튀고 흐르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영어 제목은 Thirst는 감독의 자기고백 같은 느낌이다.
- 옥빈이 몸매는 딱 기대한 만큼이다. 우훗~ 가슴 ^^
- 송강호의거시기는 왜 그리도 말이 많은 걸까? 그게 커지지 않았다는 것을 감독이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하련다. 그게 아니라면 너무 작잖아.
- 그동안 봐왔던 섹스신중에서 가장 숨막혔던 섹스신이다. 나랑 같이 본 친구는 또 깨물까봐 숨막혔다고 했고 난 너무 리얼해서숨막혔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송강호는 본전, 김옥빈 대박, 김해숙 중박.
- 박찬욱 감독이 미쓰 홍당무를 통해서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파악했나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내가 영화 보면서 웃었던게 놀라웠다.
결론은 뒷맛 깔끔한 연애영화.



덧글
erte 2009/05/15 18:40 # 삭제 답글
"박찬욱 감독이 미쓰 홍당무를 통해서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파악했나보다"라는 문장이 잘 이해가 안되어서요... 약간 설명해주실수 있으신지;;;
鷄르베로스 2009/05/15 23:27 # 답글
연애영화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봤는데 ... 뒷맛이 깔끔하다기보다는 뭐랄까? 좀 먹먹하더군요.
뭐 나름 영화감상에 대한 카테고리에 그냥 음악3부작으로 끄적인게 있어서;; ㅋ
글 잘봤습니다
닥슈나이더 2009/05/17 10:54 # 답글
그 노출은 그게 정답이라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9/05/18 12:27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