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다니면서 항상 어려운 것이 엔딩 크래딧이 끝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혼자 보러 다닌다.
영화표를 한장만 구입을 하면 일반적으로 내 자리는 제일 바깥쪽 자리가 된다. 요즘들어 직접 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표를 구입할 때 내가 앉을 자리를 직접 선택하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바깥쪽 자리를 구입하게 된다.
자리가 이렇게 되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는 동안 일어서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안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눈치를 받게 된다. 직접 내게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영화본거야?'라는 표정부터 시작하여 '영화 끝났으면 빨리 나오지 뭐하러 버티고 있어?'라는 시선까지 아주 다양한 시선들을 보낸다.
그다지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아무리 나가기 편하게 해 주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써도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워낙에 여자분들께서 짧은 치마들을 입고 오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자리 버티고 있는 것 만으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고 있는 여자분들도 있기에 엔딩 크래딧이 끝날때까지 앉아있기가 쉽지 않다.
그 재미없이 글씨 올라가는 엔딩 크래딧을 뭐하러 보고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엔딩 크래딧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영화 한편은 감독,조감독, 촬영감독, 배우들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말 다양한 파트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영화를 만들게 되고 영화에 얽혀있는 사람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엔딩 크래딧을 보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구분되어 있고 어떤 일을 했는지 볼 수 있다.
어떤 영화에서는 식사담당, 셋트보안 담당자의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한국 영화의 경우 각 영화배우들의 매니저 이름이 반드시 포함되어 줄줄 올라간다. 영화제작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작업들이 분업화되어 있고 이런 세세한 업무분할은 그냥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감탄스러울 때가 많다.
엔딩크래딧을 보고 있는 것이 영화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앉아있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리고 영화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 집에 가서 쓸 영화감상을 정리하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미리 나가는 사람도, 그리고 앉아있는 사람도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서로 불편한 것은 서로 미안해 할 일이지 한쪽에서 다른 한쪽을 무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 돈내고 들어왔으니 다른 사람이 즐길 권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존중을 해 주는 것. 그게 필요하지 않을까?




덧글
가이우스 2009/10/12 20:08 # 답글
엔딩크레딧의 진수는 성룡영화 라고 생각합니다..
왕멀 2009/10/13 17:02 #
최고이죠. 절대 나갈 수 없게 만드는 엔딩크레딧입니다.
극악 2009/10/12 22:55 # 삭제 답글
저도 혼자서 많이 보는편인데요, 좌석 선택 가능한 극장이라면 전 무조건 가운데로 합니다~ 그래야 엔딩크레딧 볼때도 편하게 볼 수 있죠. 하지만 전 엔딩크레딧은 잘 안보는데,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면 끝까지 보고, 보통이면 빨리 나가러네요. 대신 스탭롤 올라가는 도중에 나오는 음악이 좋으면 끝까지 보는편입니다.
왕멀 2009/10/13 17:02 #
가운데 자리쪽으로 저도 이제 바꿔야겠어요.
나뮤 2009/10/21 23:08 # 삭제 답글
오랜만에 들렀는데, 한동안 블로그 쉬시는 듯 하시더니 새 글들이 있군요. 반갑네요 ㅎㅎ저는 영화의 여운을 즐기기위해 + 영화에 공들인 분들에 대한 예의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엔딩크레딧을 보려고 하는 편인데, 사람들이 다 나가버리고 알바생들이 정리하러 들어오면 혼자 앉아있기 민망해져서 보다말고 나와버리곤 해요 ;ㅅ;
왕멀 2009/11/04 11:36 #
야아~ 오랜만이예요~~인생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중이라서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없었거든요. 저도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을 때 알바생이 청소하러 들어오면 못 버티고 일어서곤 하죠. 휴우~
자주 글 쓸테니까 자주 와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