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봤던 사주에 나한테 역마살이 있어서 잘 싸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말이 맞는건지 아니면 영향을 제대로 받은 것인지 매년 집밖에 멀리 나가려고 발버둥친다.
지난번에 갔던 교토와 오사카는 아쉬움이 많았다.
게으름과 뭐든 남겨놔야 한다는 강박증이 절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새벽3시 취침하여 오전 11시에 일어나는 일정으로는 오후 6시에 도시 전체가 셔터를 내려버리는 교토와의 궁합이 최악이었다. 우아하게 신칸센으로 교토와 오사카를 돌아다녔지만 여유도 없고 머릿속에 남는 것도 없는 어정쩡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러하니 난 다시 가야했다.
기필코 새벽에 일어나 싱그러운 아침 공기 마시며 교토와 오사카를 보리라는 소박한 소망을 이뤄보고 싶었다. 이렇게 나의 두번째 교토/오사카 여행의 일정이 잡혔다.
출발일은 2009년 8월 1일. 일정은 3박 4일.
꽤 빨리 계획을 했는데도 이미 싼 비행기표는 모두 매진.
'신종플루가 창궐하고 있는 오사카에 왜 이리 열심히 가려고 하는거야.'라고 투덜거리며 신종플루 한가운데로 뛰어드려는 나는
넥스투어의 실시간 항공 예약 페이지에 미친듯이 페이지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이틀간 12페이지를 종횡무진 누비며 출발시간, 도착시간이 제일 마음에 드는 대한항공표를 예매했다. 제일 싼
ANA항공에 비해 10만원이나 비쌌지만 '괜찮아. 괜찮아. 표 구한게 어디야.' 스킬을 사용하여 애써 억눌렀다.
이제 2단계 진입.
지난번에 교토에서 대부분의 여행을 했는데도 오사카에 있는 숙소를 잡은탓에 이동시간이 대부분이었던게 너무 억울해서 이번에는 일정에 맞춰 그 동네 호텔을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일정을 전혀 안 짜놨다는 것 말고는 크게 문제도 없다. 첫날과 두번째날은 교토에서, 세번째날은 히메지성과 고베, 마지막날은 오사카로 대충 일정 만들고 교토에서는
료칸에 머물기로 내 맘대로 결정했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료칸에 정갈하고 폭신하게 깔려있는 이불. 무릎꿇고 "편한 시간 보내세요."라고 말하며 미닫이 문을 닫아주시는 주인 아주머니. 그리고 일어나면 단정하게 차려 있는 아침을 먹는 그림을 그리며 료칸을 검색했지만 시작한지 한시간만에 대 좌절. 이 무시무시한 숙박료는 도대체 답이 나오질 않는다. 오사카의 숙소는 예전에 봐두었던
New Otani Osaka호텔에서 꼭 머무르고 싶어서 이미 예상했던 예산에 간당간당.
딱 한시간 고민해보고 추가 예산안 통과시키고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
정보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주변에서 도움받을 곳도 없는데 도대체 어떤 료칸이 좋은 줄 알고 찾아가나.
다행이 료칸들이 홈페이지를 자체 운영하면서 예약을 인터넷으로도 받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일본어로만 되어 있는 홈페이지는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압박이다. 어쩌겠는가. 맘에 드는 한적하고 싼 료칸을 후보지로 두세곳 찾았지만 다 포기하고
여행박사에서 교토역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예약했다.
여행박사에서 간사이 쓰루패스까지 구입. 이걸로 오사카/교토 여행 3연속 퀘스트는 무사히 완료했다.
그럼 이제... 일정을 어떻게 짜야하나.
그래도 한번 다녀온 곳이라고 당당하게 '일정따위는 산뜻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줄꺼야.'라고 다짐했지만 지난번 갔을 때는 주구장창 걷고 걷다 지치면
담배 한대 피우고 다시 걷다가 전철 타고 숙소로 돌아오기만 했는데 기억나는게 뭐가 있겠어. 예전에 올려놓은 여행기를 읽어봐도 막막한 도대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일정.
이번에도 책 사야지 별 수 있나.
지난번에는
노란구미님의 오사카,고베,교토로 큰 도움을 받았으니 내가 기댈 곳은 역시나 책 뿐이다.
주말에 시간내서 교보문고를 뒤지고 뒤진 끝에 세권의 책을 업어왔다.
때때로, 교토지하철로 즐기는 세계여행 - 교토오사카 100배 즐기기이 세권중에 내가 메인으로 삼은 것은 때때로, 교토이다.
살까말까 정말 많은 고민하며 고른 책인데 읽다보니 진짜 교토에 가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문장으로 교토를 이야기한다. 책에는 내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많은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게 써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잡은 필살의 삼박사일 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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