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항상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제 그만 만날거예요. 오늘이 마지막이예요."
외면했다.
전화를 걸면 언제나 받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항상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답장이 오지 않는 문자, 신호가 가도 받지 않는 전...
항상 울고 있었다.
짧은 전화를 받고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달려가면 내가 볼 수 있는 건 울고 있는 모습 뿐이었다.
한 남자에게 잊혀질까 두려워하고 있었던 그 마음속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가 되어버린 그 안에는 내가 서 있을 만한 작은 바위조차도 없었다.
그때부터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내 앞에 앉아 있지만 내 앞에 앉아...
지하철에서 나오니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면 하얀 배경이 깔리기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인다. 말라 미틀어진 줄기가 힘겹게 붙어있는 담벼락, 남색 칠이 벗겨진 대문, 눈을 피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고양이, 따뜻한 집을 생각하며 걸어갔던 누군가의 발자국.
그래서 가방속에 조용이 숨 죽이고 있던 내 불쌍한 카메라가 같이 눈 구경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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